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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도인의 삶

야고보서의 기도 문법을 배우자
by 최창국2023-12-28

야고보서는 교회 공동체의 기도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무엇보다도 교회 공동체는 서로 죄를 고백하며 기도해야 한다고 말한다(약 5:13-16). 여기서 서로 죄를 고백하며 기도하라는 명령문은 현재시제로, 기도는 교회 공동체의 일상적인 행위가 되어야 한다는 것을 암시한다. 그런데 야고보서 5:16 하반절은 효과적인 기도에 대해 제시한다. 즉, 의인의 기도는 효과가 있다는 내용이다. 이 내용은 기도에 대한 전체 단락의 핵심이다(존 윌킨슨, 성경과 치유, 374-75). 효과적인 기도는 바로 의인의 진심 어린 믿음의 기도이다. 


하지만 모든 믿음의 기도가 효과적인 결과를 낳은 것은 아니다. 믿음의 기도가 반드시 효과를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바울은 자기 육체의 가시가 치유되기를 전심으로 기도했지만 치유되지 않았다(고후 12:8). 여기서 바울의 기도는 하나님의 초자연적 기적을 통한 질병의 제거가 아니라 하나님과 자기 동료들 사이에서 만들어지는 바울의 관계성 속에서 나오는 질병의 새로운 용도가 곧 치유였다.


중요한 것은 야고보서에서 말하는 기도의 효과를 의미하는 현재분사 에네르고우메네(energoumene, 효과적인)에 대한 문법적 또는 해석학적 논쟁이 있다. 분사 에네르고우메네가 수동태 혹은 중간태로 해석되어야 하느냐에 대한 논쟁이다. 메이어는 이 분사는 수동태의 의미로 해석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즉, 의인의 기도는 성령의 초월적인 능력 안에서 효과가 강력하게 일어난다는 것이다(J. B. Mayer, The Epistle of St. James, 177-79). 반면에 기도의 효과에 대한 중간태(middle voice, 능동태와 수동태 사이의 어법)의 의미는 성령의 초월적인 능력보다는 기도 자체로써 의미를 지닌다는 것이다. 이런 해석을 현대 주석가들이 선호하고 있다(James Adamson, TDNT (1064), vol. 2, 923-38). 기도의 효과에 대한 이 두 해석은 기도는 성령에 의한 초자연적인 역사의 경험뿐만 아니라 기도하는 사람의 마음, 영 등과도 관계된다는 것을 암시한다. 


우리는 보편적으로 기도의 문법을 수동태로만 이해하는 경향이 있다. 우리의 기도에 대해 성령은 능동적으로 역사하고 우리는 수동적으로 응답을 받는다고 여긴다. 하지만 기도의 문법을 중간태로 이해할 때 우리는 기도를 통해 우리 안에 내재하는 은총 또는 창조적 선물이 활성화되도록 하나님의 생명력과 리듬에 참여하는 행위로 이해하게 된다. 


잭 레비슨도 기도 실천에서 중간태의 특성에 대한 이해의 중요성을 밝힌다. 그는 우리가 기도하는 순간에 하나님의 영이 직접 개입하여 역사하기보다는 출생 때 주어진 하나님의 숨-영(창 2:7)이 넘칠 정도로 채운다(toping up)고 보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는 채운다는 것은 없던 것을 갑자기 부어 주는 것이 아니라 주어진 마음과 영 등이 온전해진다는 의미라는 것을 구약 과 신약, 그리고 고대 유대 문헌과 그리스-로마 시대의 문헌에 드러난 영(ruach)에 대한 연구를 통해 밝힌다. 따라서 “우리 속의 하나님의 영이 계속 거룩한 영으로 유지되려면 올바른 실천이 반드시 필요하다”(잭 레비슨, 성령과 신앙, 102). 특히 하나님의 숨-영이 이미 우리 속에 있다는 것을 확신한다면, 기도 방법도 달려져야 한다. 우리 안에 있는 숨-영이 우리를 자극하도록 기도할 필요가 있다. 출생 시 주어진 “우리의 영이야말로 일차적인 기도의 동인이고, 하나님과 신자 간의 처소이며, 인간이 “아빠 아버지!”라고 부르짖는 장소이다. 하나님의 영이 이 기도를 승인할지는 몰라도 불러일으키지는 않는다. 이런 촉발과 영감은 내면에서 나온다”(잭 레비슨, 성령과 신앙, 84).


야고보서에서 효과적인 기도의 문법이 수동태의 특성보다는 중간태의 특성이 더 타당하다고 할 때, 현대 교회의 기도 이해에 주는 의미가 크다고 할 수 있다. 교회가 기도의 중간태의 특성에 대한 이해가 상대적으로 미흡했기 때문이다. 기도의 문법은 능동태와 수동태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아주 독특한 중간태의 특성을 지니고 있다. 기도의 궁극적 목적은 단지 기도하는 사람이 성령의 능동성, 즉 기적과 능력을 수동적으로 경험하는 데만 있는 것이 아니다. 하나님과 인간의 교제인 기도는 어느 한쪽이 일방적으로 통제하는 데 텔로스(telos), 즉 궁극적 목적이 있는 것이 아니라 함께 생명력을 나누는 데 있다. 기도는 “하나님의 인간을 향한 움직이고, 인간의 하나님을 향한 움직임이며, 만남과 응답의 리듬이다”(케네스 리치, 마음으로 드리는 기도, 19).


유진 피터슨도 기도의 특유한 특성을 그리스어 문법의 중간태 개념으로 설명한다. “그리스어 문법책에는 중간태가 ‘행위의 결과에 참여하는 주체들을 묘사하는 동사 용법을 말한다’고 적혀 있다. 지금 그것을 읽고 있는데, 마치 기도를 설명하는 문서를 보는 느낌이다. ‘행위의 결과에 참여하는 주체들’이란 표현은 기도에 딱 들어맞는다. 나는 상대의 행위를 통제하지 않는다. 주문이나 의식으로 신을 움직이게 한다는 건 이미 비인격적이고 운명론적인 의지에 수동적으로 끌려가는 건 힌두교적인 기도 개념이다. 나는 세상을 지으시고 인류를 구원하신 분이 시작한 행위에 가담하며, 스스로 인식하지 못하는 사이에 그 결과에 참여한다. 행위를 하지도, 행위에 지배받지도 않았지만 주님이 뜻하신 행위에 동참하는 것이다”(Eugene Peterson, The Contemplative Paster, 103-04). 


기도는 하나님의 마음과 뜻에 참여하는 행위이기도 하다. 우리가 기도할 때 우리는 하나님의 동역자가 된다. 존재론적 동역자가 아니라 실천적 동역자가 된다. 물론 인간의 욕구가 기도 생활의 가장 원초적인 동기가 된다. 그러나 기도에서 욕구를 위한 차원이 기초적이지만 모든 것은 아니다. 기도의 본질적 목적은 단지 우리의 목적을 이루기 위한 수단이 아니라 하나님의 마음과 생명력을 경험하는 데 있다.


레오나르도 보프는 그가 어느 날 그를 설레게 했던 한 부인과의 만남을 통해 보고 들은 것을 소개한다. 그가 만난 부인은 열다섯 살 된 아들과 함께 도시의 쓰레기 집하장에서 필요한 물품들을 수집하며 살아가고 있었다. 그녀의 남편은 경찰에게 살해당했다. 그 여인은 말할 수 없는 고통으로 경직되어 웅크리고 있었고 울지도 못할 정도가 되었다. 보프는 그녀에게 물었다. “그 지경에도 하나님을 믿을 수 있다는 말입니까?” 그는 그때 그가 보고 들었던 것에 대하여 다음과 같이 증언한다. “그 안에서 하나님의 부드러움을 느꼈기 때문에 결코 잊을 수 없는 그 눈으로 그녀는 나를 바라다보았다. ‘저요?’ ‘어떻게 제가 하나님을 믿지 않을 수 있단 말입니까? 하나님이 제 아버지가 아니었던가요? 하나님을 믿지 않는다면, 제가 그의 손에 있음을 느낄 수 없다면, 그 누구에게 제가 의지할 수 있겠습니까?” 보프는 이 만남을 통해 이렇게 기록하였다. “마르크스는 잘못 생각하였다. 이러한 극단적 상황에서 신앙은 마약이 아니다. 그것은 오히려 빛을 발하는 해방이다. 어두움을 몰아내는 빛이고 죽음을 넘어서는 삶이다”(Dorothee Solle, The Silent Cry, 294에서 인용).     


우리는 여기서 기도는 단지 말이 아니며, 생산품도 아니며, 신비적 행위임을 알 수 있다. 기도의 이러한 신비는 하나님과 인간 사이의 통치 관계를 사랑의 관계로 변화시킨다. 방향이 잘못된 기도는 하나님과 우리의 관계를 통치 관계로 만들지만, 진정한 기도는 하나님과 우리의 관계를 사랑의 관계로 만든다. 구체적으로 서술하면, “사랑이 통치를 무너뜨리고 사랑이 드러남을 알게 되는 바로 이 점에서 기도 또한 작용한다. 그것은 사랑의 한 언어다. 그리고 기도가 사랑의 언어가 아닌 곳에서는 그것을 생략할 수 있다”(Dorothee Solle, The Silent Cry, 296). 여기서 사랑은 ‘나는 너 없이 살 수 없어’라고 말하는 종속성과 같은 것이다. 이 종속성은 서로를 충만하게 하는 종속성이다. 그리스도가 내 안에 내가 그리스도 안에서 누리는 자유와 사랑이 넘치는 종속성이다. 기도의 목적이 바로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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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최창국

최창국 교수는 영국 University of Birmingham에서 학위(MA, PhD)를 받았다. 개신대학원대학교 실천신학 교수, 제자들교회 담임목사로 섬겼다. 현재는 백석대학교 기독교학부 실천신학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저서는 『삶의 기술』, 『실천적 목회학』, 『영혼 돌봄을 위한 멘토링』, 『해결중심 크리스천 카운슬링』, 『영성과 상담』, 『기독교 영성신학』, 『기독교 영성』, 『중보기도 특강』, 『영성과 설교』, 『예배와 영성』, 『해석과 분별』, 『설교와 상담』, 『영적으로 건강한 그리스도인』, 『영혼 돌봄을 위한 영성과 목회』 등이 있다. 역서는 『기독교교육학 사전』(공역), 『공동체 돌봄과 상담』(공역), 『기독교 영성 연구』(공역)이 있다.